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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작성일 1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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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참좋은사람들 대전 조회 1,1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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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느 동네건
동네 한가운데엔 우물이 있었습니다.
두레박을 줄에 달아내려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었지요.

같은 우물에서 물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한 마을 사람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길러 나가면 
동네 사람 누구라도 만나고,
빨래를 하거나 야채를 씻으러 나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우물을 사라지게 했던 것이
펌프였습니다. 
펌프를 일컫는 우리말이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펌프를 작두샘이라 불렀습니다.

펌프로 물을 뿜어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부어야 합니다.
물을 붓고 열심히 작두질을 해야
물이 솟구쳐 나왔지요.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 먼저 붓는 물을
영어로는
콜링 워터(calling water)라 부르지요.
아마도 물을 부르는 물이란 뜻이겠지요.

우리말로는 마중물이라 불렀습니다.

마중이란 말이
오는 사람이나 손님을 나가서 맞이한다
라는 뜻이니, 
펌프에 먼저 들어가 물을 불러내는 의미로는 
썩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마중물은 단지 한 바가지 분량의 적은 양이고, 
일단 물을 부르고 나면
자신은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중물이 있어 
맑고 시원한 물길이 솟을 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중물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 
그럴수록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대단하진 않다 해도 그가 있는 곳에 
맑은 샘 하나가 터지는, 
메마른 이 땅에 사랑과 신뢰의 물줄기를 
회복해 낼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 한희철의 나누면 남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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